January 8, 2010

커뮤니티 번뇌 (1)

몇 번이나 공부 모임을 만들려고 시도했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제껏 다들 게을렀기 때문이라고만 여겼는데, 어제 문득 그냥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닷없는 반성은 아니다. 직업학교에서도 그림 그리는 소모임을 꾸렸다가 "이제껏 그런 모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협조하라"는 담임 선생님의 한 마디로 확 쪼그라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 경우에는 거역하기 어려운 요구이긴 했지만, 억울하면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서 2학기를 편안하게 보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다 내 잘못이라는 걸 안다. 나부터가 꽉 짜여진 룰을 못 견디고 무슨 모임을 구성하든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라'는 식이었으니. 그러다가 안팎으로 조금만 장애가 있어도 그걸 고려한답시고 밑도 끝도 없이 손을 놓아버리고... 공부하기로 작정한 사람이 툭하면 다른 사정을 핑계로 빠지게 놔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이런 저런 사정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계획을 세워놓고 지키지 않을 자유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장난일 뿐이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단지 '목적이 있는 소그룹을 느슨하게 굴리면 망한다'는 관념에 뭐라도 되는 양 습관적으로 저항했던 것 같다. 개뿔 다른 수단도 없었으면서.

그럼 아예 사교 모임처럼 느슨하게 운영하는 것은 어떤까. 불행히도 나는 친목회라는 형식에는 흥미가 없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임에는 더더욱 회의적이다. 모임을 만들어야만 유지되는 우정이란 오락 아니면 쓸모가 없어서 대체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뿐이거니와, 그런 어울림이 곧 처세술이고 투자라고 떠드는 사람과는 상종하고 싶지가 않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운영'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같이 노력'하고 싶은 것 뿐이고, 뭔가를 유지보수하는 데 쏟는 에너지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딱 싫어져버리는 거다. 아니 시발 써놓고 보니 혼자 놀아 마땅한 인간이잖아. 사고방식이 이 따위인데 그 동안 무슨 운영을 하겠다고 설레발을 쳤던 거지.

... 아까부터 기시감이 드는 것이, 매번 소모임을 만들었다가 말아먹고 나면 여기까지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고민의 정체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가 아니라 '포기를 할까 말까'였던 셈이다. 일종의 조울증. 조금 지나면 다시 뭔가 해보고 싶어질 지 모른다. 더 이상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아무래도 나누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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